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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껍던 달력이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온갖 모임과 약속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로 마지막 사력을 다하고 있는 듯한 불쌍한 모습이다. 새 달력을
펼쳐놓고 공휴일과 국경일들을 헤아리며 한 해 설계를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연말에는 누구나 여러 가지 형태의
회식이나 송년 모임들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예외 없이 거쳐야 하는 곳이 술자리이고 그에 따라 거의 대부분 숙취로 고생을 하게 되는데, 최근 에
숙취로 고생을 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한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숙취해소에 도움되는 음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
음악은 ‘그린음악’이라는 것인데 제법 믿을만한 기관의 연구와 시험을 거쳐 그 효과가 입증된 터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물론
그 음악은 최근에 와서 갑자기 생겨난 음악은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던 음악에 자연의 소리 등을 조화롭게 섞어 만든 것으로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의 동요 풍의 음악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의 자연 음이 조화된 음악인, 그린음악은 그 동안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과 해충
방제 등에 널리 활용돼 왔는데 최근에 이를 숙취해소에 활용하여 20%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는 발표가 전해지면서 수많은 애주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그린음악이 숙취 치료제는 아니다. 단지 숙취 해소에는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인데, 최근 한 이동통신업체에서는 무선
인터넷 망을 통하여 이 그린음악 서비스를 시행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애주가들이 이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필자의 경우는 오랫동안 다양한 장르의 음악감상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쌓인 피로를 풀어왔던 터라 숙취로 고생 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셔 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숙취해소용 음악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주위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 ‘그린음악’에 대하여 의견을 묻는
경우를 접하다보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음악을 듣지 않은 사람보다는 들은 사람이 훨씬 빨리 술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음악감상을 최고의 취미로 해왔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다. 앞으로 이 ‘그린음악’은 유행처럼
번질 것이고 더 나아가 이러한 음향설비를 갖춘 술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술을 마시는 공간에 이런 음악이
나오게 하거나 다 마신 후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공간을 들렀다 나가는 방법 등이 주류 마케팅을 촉진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술집에서는 덜
취하게 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이고 애주가들은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어서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것이다.
술을 기분 좋게 마신 후 귀가하기 전 한 시간 정도를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진 공간에서 충분히 숙취를 해소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운치 있는 음주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수 년 전부터 필자가 숙취해소용으로 즐겨 들어왔던 음반 하나를 권해 본다.
Erlend
Krauser의 ‘불사조의 비행(Flight of the Phoenix)'이 그 조심스러운 처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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