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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래된 여인숙(Q.V.L)의 환희의 순간 ('02.6.3. 순천 빌보드레코드, 정현빈)

클래식 지상주의자로 자처하면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수준이하라고 생각하면서 " 음악감상 하면, 클래식이지. 가요나 팝송들을 들으면서 음악감상 한다고 하면 우습지 않아?... ."하면서 도무지 대중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을 수준이하라고 매도하는 한 고객이 있었다. 어느 날, 변함없이 고전음악 감상회를 다녀와서 열변을 토하고 있던 그 분에게 때마침 몇차례 반복해서 듣고 있었던 한 음반자켓을 보여 주면서 "이 음반 어떠십니까?"하고 물었다. 한참동안 그 음반을 보시더니 한 번 들어보자고 하여 정성껏 판을 닦아 턴테이블에 올렸다. 한 번을 다 듣고 또 듣자고 하여 두 번을 듣고 난 후 그 분의 말씀이 " 아! 이 음반 좋은데, 내가 즐겨듣는 클래식에서는 뭔가 모를 갈증이 있었는데... 이건 오아시스야!"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그분은 그 앨범 두 장을 구입하셨고 하나는 자기의 음악 사부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 때 같은 장르의 음반 서너 장을 함께 구입하셨던 그 분은 지금은 비교적 고령의 ART ROCK애호가가 되어있다. 예술대중음악, 프로그레시브 록 등으로 알려져 있는 앨범 중에는 상당수 이태리 그룹들의 작품들이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여기 소개하고자하는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 IL TEMPO DELLA GIOIA」( 일 뗌뽀 델라 죠이아, 환희의 순간 )는 QUELLA VECCHIA LOCANDA (꿸라 베끼아 로깐다, 저 오래된 여인숙)라는 이태리의 ART ROCK GROUP이 1974년 1월에 두 번째로 발표한 심포닉 록 앨범이다. 이 작품은 현대적 편곡기법을 이용한 이태리 클래식의 전통 부활이라는 평을 받았고 특별히 Italian Progressive Rock Group들의 공통 과제이기도 했던 연주와 보컬의 부조화를 만족스럽게 극복한 그룹이다. 그 것은 다름 아닌, 연주파트에 주요메시지 전달 임무를 부여하고 보컬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축소하여 반복되는 음계와 톤의 고저로 놀라운 음악적 감동을 주는 방법이었다. 실제로 이 앨범의 두 번째 곡 'A Forma Di'(아 포르마 디, ∼한 형의)에서 유감없이 그 기법으로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 앨범은 모두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곡 Villa Doria Pamphili(빌라 도리아 빰빌리, 포도나무로 뒤덮인 빰삘리 별장-Italian Pop Festival의 장소로 유명한곳으로 Q.V.L 도 이 페스티발에 참가했었다.)는 다소 외설적인 가사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쟁반위의 옥구슬 같은 피아노 연주와 애처로운 바이올린 연주, 특별히 Harp와 비슷한 악기로 알려진 Archi연주가 일품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번째 곡 ' A Forma Di'는 이 앨범 최고의 연주곡이라 할 수 있고 세 번째 곡 'IL TEMPO DELLA GIOIA'(일 뗌뽀 델라 죠이아, 환희의 순간)은 이 앨범의 타이틀 트랙으로 Rock과 Jazz가 조화를 이루는 남성 코러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네 번째 곡 'Un Giorno, Un Amico'(운 죠르노 운 아미꼬, 어느 날 한 친구)은 Free Jazz에 기초를 둔 생기 발랄한 작품이며, 주의 깊게 앨범자켓을 살펴보면 곡 후반부에 빛을 발하는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의 주인공이 '루돌포 비안키'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다섯 번째 곡 'E Accaduto Una Notte(에 아까두또 우나 노떼, 그 밤에 일어난...)는 매우 엄숙한 곡으로 공격적인 연주와 요란한 음향이 계속되다가 세 번째 곡의 가사 내용에서 언급된 '푸른거울 속에 박힌 총탄'의 총성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환희의 순간'이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토록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도 안될 것이며 또한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웅변하는 것 같다.